[오늘부터 달린다] 달리면 뇌도 `회춘` 한다…치매도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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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45세부터 늙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인간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심신의 붕괴이기도 하다.

신체를 이루는 세포가 노화되면 자유라디칼에 의해 세포 내에 열화 분자가 축적된다. 그러면 유전 정보 전사(복사)와 번역이 오작동하고, 세포의 대사산물에 의한 대사가 저해되고, 세포 표면 변화와 결합의 약화로 세포 내 DNA가 손상된다.

뇌세포가 노화되면 시냅스 파괴 속도가 생산 속도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시냅스가 부식되어 신경세포와 연결이 끊어진다.

그렇게 신체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심장 기능이 약해지면 전신으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다. 그러면 모세혈관이 줄어들고 수상돌기도 오그라든다.

노화 진행에 따라 신경세포 성장인자,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가 줄어들고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생성도 둔화된다.

이러한 뇌세포 노화와 부위에 따라 발생하는 뇌세포 파괴는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최고의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피질에 이상이 오면 예상과 달리 복잡한 동작보다는 단추를 끼워 옷을 입거나 신발 끈을 묶는 아주 단순한 행동부터 이상이 온다. 측두엽은 해마와 연결되어 있는 부위로 이곳이 위축되면 장기 기억에 이상이 생긴다.

노화로 인한 뇌손상은 파킨슨병부터 치매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치매는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4대 주요 사인으로 불릴 정도로 중대한 질환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 일인데 우리의 머릿속, 뇌까지도 이렇게 대책 없이 세월의 비정함을 정통으로 맞아야 하는 것일까?

◆운동하는 사람은 뇌는 젊다

국제학술지 '뇌 가소성 학회지(Brain Plasticity)' 2018년 12월호에 발표된 캐나다 로라 베치오 교수팀의 실험이 흥미롭다. 쥐들을 대상으로 쳇바퀴 돌리기, 러닝머신 등의 운동을 시킨 이후 쥐를 해부하고 혈액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운동을 한 쥐의 뇌에는 혈관 벽을 구성하는 내피세포가 운동을 하지 않은 쥐들보다 5배가량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었고, 뇌성장호르몬(BDNF)이 실험 전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의 혈류량을 비교한 결과 운동을 한 쥐의 뇌가 더 붉은 양상을 띠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운동이 뇌의 노화를 막는 과정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혔다.

아서 크레이머가 이끄는 연구진은 운동을 하지 않은 60~79세의 성인을 2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만 6개월간 일주일에 3번, 한 시간씩 걷기부터 시작하여 점차 빠르게 달리는 운동을 시켰다.

6개월 뒤 측정한 그들의 폐활량은 16%나 늘었고, 전후에 촬영한 머리 MRI에서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크기가 최소 2~3년은 젊은 사람의 뇌처럼 보였다.

이처럼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은 뇌세포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대사율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신경재생과 신경세포의 활동을 촉진한다.

뇌세포에 적절한 강도의 스트레스를 제공하여 뇌세포 간 연결을 촉진하고 성장을 도모한다. 마치 역기를 들어 알통을 만들듯이 유산소운동을 통해 뇌 기능을 좋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치매 예방을 위한 달리기

치매의 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아포리포단백질 E4 변이와 관련돼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부모 또는 형제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3.5배 정도 이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으로 집안 내력을 보니 할머니와 아버지 모두 치매로 고생하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에게도 그럴 위험성은 다분하다.

하지만 아포리포단백질 E4 변이 유전자를 지녔어도 일주일에 두 번 운동을 한 사람들이 치매에 걸린 확률은 50%나 낮아졌다는 핀란드의 인구집단 연구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된다. 그렇더라도 뇌에 가장 최적의 상태를 제공하는 일을 잊어선 안 된다.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와 같은 유산소운동과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고하며 암기하는 인지기억 운동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달리기는 나에게 가장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

※남혁우( 정형외과전문의, 의학박사, 스포츠의학 분과 전문의, 남정형외과 원장)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전공의를 수료했다. 대한 스포츠의학회 분과전문의, 고려대 외래교수, 성균관의대 외래부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재 남정형외과 원장이다.

아이스하키, 골프 등 운동 마니아였던 그는 목 디스크를 이겨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목 디스크를 이겨냈다. 그 이후로 달리기에 빠져 지금은 철인 3종경기까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남혁우 남정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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